나는 남들처럼 어릴 때부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비행기라는 것을 처음 본 기억은 대략 5~6살쯤 온 가족이 남의 집에 셋방 살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마당을 주인집이랑 같이 공간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넓었는데 가끔 하늘을 바라보면 비행기가 매우 높은 고도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방 한 소도시에서 비행기를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기에 최초의 기억이 이 모습이었다.
한 대기업에 대부분 성인들이 종사하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보통 이런 동네는 교육열이 매우 높다. 울산, 창원, 포항 등이 그러하다. 고등학교 때까지 매우 치열한 사교육경쟁 속에서 커왔는데 한 번은 학교에 공군 사관학교 포스터가 붙은 것을 보고는 막연하게 공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는 지원도 하지 않은 채 시기가 지나가 버렸다. 남중 남고에서 억압된 환경 울타리 내에 성장하다 보니 서울의 아름다운 캠퍼스가 있는 대학에서 낭만을 누려보고만 싶었다.

나중에 상경해서 수도권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지만 내가 자라난 곳이 매우 보수적이고 서울의 7080 시대의 교권과 매우 흡사했다. 두발 검사를 하며 이발기로 마구 밀어버리는 선생님. 싸대기와 발길질은 매일 보는 풍경이었으니... 요즘 학생들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서울에 대학 진학 후 1학년은 정말 신나게 억압을 분출했다. 서울이라는 휘황찬란한 곳에서 이곳이 신세계 인가라는 생각과 최대한 촌놈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될쏘냐ㅋㅋ시골쥐의 모습을 최대한 감춰보았지만 안 놀아 본 놈이 놀 줄 알겠냐..

(지금 생각해 보면 덜 논게 아쉽지만) 그래도 남들 다 하는 OT, MT, 대학 축제 등 너무 즐거운 추억이 많다.
가을 즈음에 아버지의 통화로 난 대한민국 남자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자각했는데 아버지의 후배가 해군 부사관이라 내년에 해군으로 입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러겠노라고 하고선 꿈만 같았던 대학 생활 1년 후 휴학하고는 진해로 입대를 했다. 해군이 그런 곳인 줄 모르고 입대를 했으니 망정이지... 정말 정신 개조, 생활습관 개조, 인생 개조의 장이다. 해군 훈련은 알사람만 안다는 힘들고 악명 높기로 대단하다. 해병대도 해군 소속이기에 훈련도 해군에 바탕을 두고, 특수부대도 해군이 근간인 곳이 많다. SSU, UDT, UDU 등등

지나 보면 너무 힘들었지만 해군 생활을 안 거쳤으면 정신 못 차리고 취직이라도 제대로 했을까 싶기도 하다. 군에서 책도 많이 읽고 자격증도 따고 인생의 크고 작은 계획들을 많이 세워 나와 제대 후 모두 이루었다.
그중 교환학생 가기, 해외 탐방 등 비행기를 타볼 수 있는 일들도 포함이 되어있네..
조종사 치고는 처음 비행기를 타본 나이가 매우 늦다. 군에 있을 시절 첫 휴가를 나왔는데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로 가야 하는데 본가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에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당시 이등병 월급 5만 원 정도 하던 시절에 그것을 모아 모아 장병할인으로 김포로 대한항공 타본 것이 나의 첫 경험이다.
일부러 창가에 앉아 지상에서 멀어지는 비행기 그림자를 보며 ‘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리고 길가에 차량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점차 점처럼 작아지기 시작했다. ‘나 정말 날고 있네?!’

이후엔 해외 탐방 활동이나 교환학생을 갈 때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도 별로 없었고 나의 꿈은 해외에서 멋지게 남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그런 외국계 회사원이었다.
대학 졸업 전에 독일계 회사인 BOSCH에서 인턴을 해보기도 했고, 한국회사인 현대로템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한국 직장문화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에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은 무조건 외국계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지막 한 학기를 남기고 교환학생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왔다. 영어엔 자신감이 있었기에 토익 점수도 없이 지원 공고가 뜨는 대기업들에 한번 지원해 보았다. 근데 이게 웬걸... 단 한 군데도 서류 전형에서 통과를 하질 못하였다. 심지어 여기는 가겠지?라고 생각한 곳들마저 문턱이 너무나도 높았다. 외국계 기업들은 몇 군데나 최종 면접까지 가기도 했지만 항상 마지막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곤 했다. 토익이 그렇게나 중요해?!
토익시험을 한번 보고 점수를 만들고 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서류 전형은 다 통과를 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기업 공채를 마무리가 되었고 졸업 날짜가 다가왔다.

졸업을 하고 나서 천천히 되는대로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곤 동생이 사는 서울 한복판 자취방에 몸과 짐을 구겨 넣었다. 그런데 지원해 놓았던 일본계 회사에서 운이 좋게 졸업한 지 2주 만에 합격을 했다.
'취업 스펙 및 직장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외로 나가자. (조기 유학, 어학 연수, 교환 학생) (0) | 2021.08.04 |
---|